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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아버지의 병원 생활이 2개월 ~ 3개월이 됐을 무렵 아버지에게 작은 변화가 찾아왔다.
아버지의 오른쪽 종아리 쪽이 검붉게 변해있던 것이다. 나는 이것이 단순히 어디 부딪혀 생긴 멍인가 싶었다.
간호사에게 물어보니 이건 욕창이라고 했다.
욕창이 무엇일까? 욕창이란 신경 마비 환자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질병인데, 살이 압력을 지속적으로 받게 되면 그 주변 피부가 괴사하면서 살이 파여들어가는 아주 무서운 병이었다. 일반인들도 같은 자세로 오래 앉아 있으면 소위 말하는 배긴다라는 표현을 이 때 쓰는데, 이 느낌을 받으면 자세를 바꿔주던지 일어서던지 하면 해결이 된다.
하지만 마비 환자들은 감각이 없는 것이 문제이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자세로 유지를 하게 되다보니 살은 비명을 지르는데, 그걸 느낄 수 없었던 것이다. 아버지의 경우 오른 다리를 단단한 사각 쿠션 위에 바치고 있었는데, 이게 지속적으로 아버지의 피부를 누르다 보니 욕창의 원인이 된 것 같았다.
척수경색도 생소한데, 욕창이라는 질병이 또 생기다니 나는 놀라 자빠졌다. 아버지의 병을 낫게 해주려고 병원 생활을 하는데 병이 하나씩 늘어가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착잡했고, 무거웠다. 내가 보호자로서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지 못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욕창은 놔두면 안되기 때문에 치료가 필요했다. 아버지의 욕창 수준은 안타깝게도 3단계 수준이어서 드레싱으로 커버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안 쪽에 살이 다 괴사했기 때문에 그 살이 다시 차오를 수 있게끔 기계를 달아야한다고 안내를 받았다. 그 기계의 이름은 '음압기계'였다.
음압기계는 욕창 부위에 흡입판과 호수를 연결하여 지속적으로 피를 빨아들이는 기계였다. 이 피가 나쁜 피여서 빨아들이는지는 모르겠지만, 살의 재생에는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설명을 받았다. 음압기계는 상당히 컸는데, 직사각형의 소형 라디오 크기였다. 음압기기가 돌아가면서 작은 소음이 들렸는데, 무언가를 빨아들이는 소리였다.
아버지의 욕창기기는 피통이 꽉차면 통을 갈아주어야 했었는데, 이건 간호사에게 말하면 알아서 해주었기 때문에 나는 할 일이 딱히 없었다. 이 기기가 잘 돌아가는지는 하루에 2번 정도 체크를 해줬는데, 오전, 오후에 한 차례씩 방문해서 아버지의 환부를 살피고 돌아갔다.
아버지가 음압기기를 달고 나서 1달인가 지났을 때, 아버지는 욕창이 완쾌되어 새살이 돋아났고, 예전의 파였던 흔적은 멀끔히 사라졌다. 아주 보기 좋았고, 아버지와 나는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재활치료에 더 전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좋은 소식이 하나 있었는데, 우연인지 시기가 맞물려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버지의 오른 쪽 무릎 아래의 종아리 운동 신경이 돌아왔다.
그래서 재활치료도 아버지의 오른쪽 무릎 다리를 운동시키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서 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