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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병원에 입원한지 6개월이 다 됐을 무렵, 병원에서 퇴원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병원 측 말로는 이렇게 지낸 것도 오래 버틴 것이라고 했다. 걱정이 앞섰다. 아버지는 이 상태로 퇴원을 하게 되면 집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 말이다. 간병인 말을 들어보니 아버지는 재활병원으로 전원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재활병원에 전화를 돌리면서 전원이 가능한지 알아보기 시작했다. 집에서 가까우며 시설이 괜찮고 명망좋은 병원을 고르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다. 리뷰를 봤을 때, 사람들이 좋은 말을 많이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의심병이 돋아서 쉽사리 믿기 힘들었다.
하지만, 선택의 시간은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에 그나마 제일 괜찮아 보이는 재활병원을 선택했고, 거기서 사람을 보내줄테니 상담해보라고 했다. 상담오신 분은 인상이 좋았고, 우리 이야기를 잘 들어주어 전원일정 잡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렇게 일정이 정해지고 지금 있는 병원에서 이사갈 준비를 서서히 하기 시작했다.
불필요한 물건들은 주변 분들에게 하나씩 줬다. 옆에 누워 계시던 환자분도 몇 달뒤에 같은 재활병원으로 옮기게 될 것 같다고 나에게 이야기해주었다. 힘든 대학병원 생활 속에서 그 가족들은 나에게 그나마 친한 사람들이었다. 나는 그래서 그들에게 더 많은 쓸모있는 물건을 주려고 애썼다. 오지랖이 앞서는 사람이어서 그렇다.
전원 당일, 재활병원에서 운영하는 구급차 한 대가 오기로 한 시간이 2시간 정도 남았을까? 나는 퇴원 수속을 부리나케 밟았다. 퇴원은 어처피 돈 내면 할 수 있는 것이다보니 어려운 것은 없었지만 퇴원약이나 전산처리 등이 시간이 조금 걸렸다. 짐을 다 싸놓고 구급차를 기다렸다.
구급차가 도착하고 아버지를 태운 후 짐을 같이 실었다. 나도 아버지랑 같은 칸에 탑승하여 같이 재활병원으로 이동했다. 재활병원에서 아버지가 묵게될 병실은 아버지 상태에 따라 2인실로 배정이 되었다. 나랑 아버지, 간병인은 그렇게 새로운 병원에서의 생활을 눈 앞에 두고 있었다.
2인실이다보니 조금 비좁긴 했다. 하지만 병실 내에 화장실이 같이 딸려 있어서 더 좋았다. 재활병원 병실은 화장실이 공용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침대도 높낮이가 조절이 되는 그런 침대다 보니 아버지가 휠체어에서 갈아타기 조금 수월했다. 짐을 풀고 하나씩 살림 살이를 채워나갔을 때, 같은 병실에 계신 환자 가족분들과 인사를 하게 되었다.
다행히 인상이 좋은 분들인 것 같아서 안도를 했다. 왜냐하면 2인실인데 같은 병실 사용하는 사람들을 잘 못 만나면 고생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그렇게 짐 정리를 마치고 나는 집에 가면서 아버지와 간병인에게 작별인사를 건냈다. 어느덧 간병인과 가까워진 아버지는 인상이 조금 누그러져서 편안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