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생활은 재활치료 시간을 제외하면 병상에 누워있는것이 전부였다. 매 끼니 나오면 식사하고 화장실 갔다오고 그게 전부인 따분하고 따분한 생활이었다. 재활시간은 오전과 오후 2차례 진행되었다. 병실은 8층이고 재활치료실은 13층이어서 엘리베이터를 힘겹게 잡아타고 올라가서 받았다. 침대같은 기구에 누워서 자세를 잡으면 침대가 일어서서 사람이 마치 서있는 자세로 자리 잡아주는 것이 있었는데, 아버지는 이걸 하면서 하반신에 전기 패치를 붙여서 전기자극을 주기적으로 주는 재활치료를 했다. 전기자극은 지속적으로 충격을 가했는데, 자극을 받으면 그 부위가 일시적으로 움찔 움찔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마치 신경이 되살아난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 모습이었는데, 자극이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조용해지는 근육..
병실 생활에서는 사소한 것이 싸움의 원인이 되기 일수였다. 가령 에어컨 바람을 꺼버렸다는 이유로 말다툼이 생기기도 하고, 갑자기 물건이 없어졌다는 이유로 남을 의심하는 경우도 있었다. 에어컨은 내가 꺼버리자 나와 싸우는 사람도 있었고, 싸우지 않고 선풍기를 틀어 더위를 보내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도둑으로 몰린 적이 있었다. 어느날 병실에서 누워 낮잠을 자고 있었다. 병원 생활에 지쳐 노곤노곤하게 잠을 자던 그 순간! 누군가 나를 흔들어 깨웠다. 나는 무거운 눈꺼풀을 힘겹게 올리며 누가 나를 흔들어 깨웠는지 살펴봤다. 처음 보는 간병인이었다. 나는 왜 깨웠냐고 물었다. '여기 이 성인용 기저귀가 자기 거랑 똑같은데 훔친거냐고' 나에게 말했다. 나는 속으로 피곤한데다 어이가 없어서 뭐라고 답변을 해야 할..
대학병원에서 척수경색으로 진단을 받고 나서 과거 병력에 대해 조사가 이루어졌다. 아버지는 근 10년 전에 뇌졸증 초기 증상으로 인해 응급실에 내원한 적이 있었다. 그 때는 말이 어눌해서 깜짝 놀랐던 경험이 있다. 분명히 아버지는 말을 조리있게 한다고 말하지만 내가 듣기에는 꼬부랑 꼬부랑 말이었다. 알아들을 수도 없었고, 그냥 놔두면 분명 큰일이 날 것 같아 얼른 응급실로 달려갔었다. 다행히 골든타임을 지켰기 때문에 뇌졸증 약이랑 고혈압약을 처방받아 복용하면서 호전되는 양상을 보였다. 그리고 점점 좋아지는 모습을 보고 안도하고 있었는데, 몸 속에서는 재발의 신호탄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걸 알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었을까 싶다. 의사도 혈액 검사 수치등을 확인해서 뇌졸증 약을 더이상 복용하지 않아도 된다고..